법륜스님이 서울 서초동 정토사
법륜스님이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 건물 옥상에 자리한 법당 문을 열어젖히며 기자를 맞이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수년 전에 상담 데이터를 가지고 인공지능(AI)을 개발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인생의 변수는 수만가지인데, 마치 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죠. 인생에 정답이라는 게 없잖아요.” 오는 5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72)을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났다. 2011년 유튜브에서 개설한 ‘즉문즉설’은 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키며 대중들의 대표 심리상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스님은 “95%는 맞아도 5%가 틀리면 안 되는 것”이라며 “결국 다른 사람이 ‘AI스님’을 마음대로 만들더라. 유명인들의 목소리, 얼굴, 공개된 콘텐츠가 복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즉문즉설의 본질은 ‘대화’에 있다.“상담의 근원은 괴로움이죠. 그런데 즉문즉답이 아니라 즉설이잖아요. 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 중에 ‘아 그렇구나’ 자기가 스스로 답을 찾는 거지요. 특히 관중이 있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게 큰 장점이죠.”2500여년 전 석가모니 부처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구도의 출발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괴롭지 않게 살 수 있느냐였어요. 결론은 괴로움이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나의 어리석음, 무지가 결국 원인이 된다는 것이죠.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곳을 가거나, 낯선 일을 할 때 두려운 마음이 들죠. 문제는 사람, 장소, 일이 아니고 내가 모르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무지가 사라지면 괴로움도 사라지죠.”스님은 이를 “꿈속에서 강도를 만나 도망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눈을 뜨면 강도는 본래 없었다”는 것이다.한국 사회가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데 대해 스님은 “내 편, 네편을 가르는 분위기에서 같은 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개헌을 얘기하니까 일각에선 왜 지금 개헌을 얘기하냐며 ‘스님은 어느 편이냐’고 서운해하더군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좋은 구석이 있고, 훌륭한 사람도 나쁜 전북 익산 치유농장 '우리들의 정원'에서 29일 한 참여자가 '비바리움 만들기'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있다. 익산=이유지 기자 화산석이 얽혀 생긴 구멍에 수태를 꾹꾹 눌러 틀을 잡고 이끼를 조심스레 얹는다. 물아일체가 이런 것일까. 단순 작업이 주는 몰입감이 어느새 근심을 멀리 쫓는 느낌이다. 옆에선 '아기 도둑게'가 자신의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작은 수조에 수려한 자태의 나한송을 더하니 제법 자연의 일부같다.한국에서 '치유농업1'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농업이 어떻게 사람을 낫게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고 29일 전북 익산의 치유농장 '우리들의 정원'을 찾았다. 농장에서 직접 기른 허브로 만든 차로 먼저 마음을 이완하고, 천연 아로마 오일을 활용한 족욕으로 몸을 풀면 자연을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다. 이어 축소된 생태계 '비바리움(vivarium)'을 만들다 보면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게 되고 인간 역시 분리될 수 없단 사실을 깨닫는다.이경의(47) 우리들의 정원 이사는 "한 발달장애 참여자는 처음엔 사람들 눈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5년간 허브를 키우고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달라졌다"며 "프로그램을 하던 중 취업에 성공해 첫 월급 날 아이스크림을 사는가 하면, 마지막엔 선생님을 안으며 '감사하다' 표현했다"고 회상했다. 장애아동과 보호자 대상 프로그램에선 돌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비로소 숨 쉬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북 익산 치유농장 '우리들의 정원'에서 29일 한 참여자가 '비바리움 만들기' 프로그램 관련 화산석, 이끼, 도둑게, 나한송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익산=이유지 기자 "자연과 영향 주고 받으며 회복하는 과정"치유농업은 단순한 원예 활동을 넘어 감각 자극, 집중, 교감, 회복의 과정을 경험케 한다. 정부는 2020년 제정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로 법적 기반을 갖췄고, 2022년 1차 종합계획을 수립한 뒤 지난해까지 46종의 프로그램을 실증했다. 기존엔 주로 발달장애인이나 중독자, 우울증 환자 등 특수 목적형 치유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아동·청소년, 교육·의료기관 종사자, 직장인 등 다양한 대상을 상대로 한 예방형 치유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이날 방문한 우리들의 정원은 5년 전부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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