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빙하는 빙
사진의 빙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모레노 빙하의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이른다.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빙하 앞에 서니, 인간은 아무 존재감 없는 모래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Felipe Cruz 남미를 여행하려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결심을 하고 나서도 실행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가는 데 비행기 두세 편을 갈아타며 적어도 이틀이 걸린다. 현지에 도착해도 목적지까지 가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먼 곳까지 간 김에 여러 나라를 둘러보아야 가성비 있는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남미에 오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3개월 이상 장기 여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 필자는 5개국을 45일간 다녔는데, 그야말로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빨리빨리' 다녀야 했다. 지구 반대편인 남미는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겨울이다. 남미 여행의 최적기는 그곳의 여름인 11~3월이다. 필자는 그곳의 겨울인 8월에 가서 날씨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사람이 드물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8번째로 큰 나라다. 국토의 서쪽은 안데스산맥을 국경으로 칠레와 길게 접하고 있다. 안데스산맥은 남쪽으로 갈수록 만년설이 쌓인 고산지대와 빙하에 덮인 호수, 황량한 초원지대, 피오르드fiord가 나온다. 피오르드는 빙하에 깊숙이 깎여서 만들어진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만들어진 해안선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다. 이 서늘한 기후대를 파타고니아Patagonia라고 부른다. 피츠로이로 올라가는 첫 언덕에서 바라보는 대자연.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거침없이 자유롭게 몸을 휘두르며 내려가는 부엘타스 강물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우리는 얼마나 막힘이 많은 인생을 살고 있는가. 여기서 이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행자가 많다. 나도 그랬다. 빙산·빙하·빙호 천국마젤란이 남미의 끝인 이곳에 왔을 때 원주민들의 몸이 커 보여서 '큰 발'이라는 뜻의 '파타곤'으로 불러 유래한 지명이다. 파타고니아는 지형이 험하고, 기온이 차가우며, 바람이 심하게 불어 사람이 살기에 불편하다. 대신 청정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이 지역에만 30여 개의 국립공원이 지 대만 제4핵발전소 룽먼 1o2호기. 공정률 98%에서 건설을 중단해 대만 탈핵을 견인했다. 장영식 작가 제공 일본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미키의 책 <일본은 왜 원전을 멈추지 않는가?>를 마지막 장까지 읽고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시아의 반핵 활동가들이 모여 교류와 연대를 펼치는 반핵아시아포럼이 지난달 16일부터 일주일간 대만에서 개최됐기 때문이다.아시아 최초로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탈핵국가로 들어서는 대만으로 향하면서, 나는 ‘한국은 왜 핵발전을 멈추지 않는가?’라는 정반대의 물음을 떠안게 됐다. 한국이라는 우물 안에 있으면,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비록 낡았지만 수리해서 더 쓰면 나라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대만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수명연장을 한 핵발전소는 단 한 기도 없었다. 모든 핵발전소가 정해진 설계수명까지만 운영되고 문을 닫았다. 반핵아시아포럼 기간인 5월 17일, 대만의 마지막 핵발전소인 핑둥현의 마안산 2호기가 발전을 멈추고 영면의 길에 들어섰다. 아시아의 반핵 활동가들은 타이베이에 있는 대만전력공사 앞에서 야간 집회를 열고 대만의 탈핵을 자축했다.심지어 대만은 새로 건설 중이던 제4핵발전소인 룽먼 1·2호기를 공정률 98% 단계에서 건설을 중단하고 폐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고리 5·6호기(현 새울3·4호기)의 폐쇄 여부를 두고, 이미 28%나 공사가 진행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면 손실이 크다며 건설을 강행하면서 ‘탈핵’의 꿈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대만 외에도 필리핀과 오스트리아는 준공을 마친 핵발전소를 가동하지 않고 탈핵으로 전환했다.아오키 미키가 앞의 책에서 밝힌, 일본이 핵발전소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핵산업에서 정치권 및 언론으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돈과 흰돈이 핵발전 정책을 지탱한다. 둘째, 핵폐기물의 처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핵발전을 유지한다. 중단하면 핵폐기물 처리를 본격적으로 요구받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잠재적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어 핵발전을 유지한다.한국이 탈핵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아오키 미키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검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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