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
서울시극단의 ‘유령’에 출연하는 배우 강신구(왼쪽부터)와 이지하 그리고 극작가 겸 연출가 연출 고선웅. 이번 작품은 고선웅이 14년 만에 선보이는 순수 창작극이다. 세종문화회관 “7년 전 무연고자를 다룬 신문 르포기사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기사를 읽고 가슴이 아파서 언젠가 연극으로 다루겠다고 마음먹었어요.”오는 3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서울시극단의 ‘유령’은 스타 연출가 겸 극작가 고선웅 단장이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있던 무연고자를 소재로 쓴 작품이다. 22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만난 고 단장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주민등록증이나 호적이 없으면 세상에서 잊혀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뿌리 없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창작 동기를 설명했다.‘유령’의 시놉시스를 보면 극장에 모인 배우들의 역할을 연기하는 것으로 연극이 시작된다. 극 중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친 배명순은 정순임이란 이름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찜질방과 식당을 떠돌던 배명순은 결국 병을 얻고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 이후 배명순은 유령이 되어 무대로 다시 돌아온다. 자신처럼 지워지고 잊힌 이들과 함께. 무연고자들의 삶은 극 중에서 유령으로 표현된다. 사라지고 싶어도 사라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고 단장은 “연극을 (소재로) 다루는 연극을 싫어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렇게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극중극으로 규정짓기엔 배우들이 연극 속 배역대로 연기하다나가어느 순간 배우 자신이 되어 극 바깥에서 이야기하는 등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계속 넘나든다”면서 “세상은 무대고 인간은 배우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이번 작품을 이해하는 열쇳말이다.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고 이 세상에 왔다고 할 때 그걸 어떻게 살아내는지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푸르른 날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고 단장의 기존 작품에서 보이듯 웃음을 [남형도의 못마침표] 무연고 사망자 위한 '공영장례'… "사후자기결정권 인정해야"[미디어오늘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 국화. 사진=gettyimagesbank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들었다. 고인의 영정사진은 텅 비어 있었다. 두 손으로 정중하게 제대 위에 두었다. 이제 이승을 떠날 시간. 고된 생은 잊고 좋았던 기억만 품고 가라고, 끝인사를 나누었다. 1948년생 박아무개씨, 1959년생 이아무개씨, 1966년생 송아무개씨. 명패에 적힌 이름은 빠짐없이 처음 보는 거였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숨졌다. 모두 연고가 없는 사망자들이었다. 보통 가족과 관계가 끊겼거나, 가족이 있어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이들을 위한 '무연고 공영장례'를 치러주었다. 헤어짐을 슬퍼해 울어주진 못해도, 비싼 관에 들어가진 못해도. 마지막만큼은 수의 하나쯤 깨끗한 걸로 입고, 이 세상 함께 숨 쉬었단 인연 하나로 추모하며, 그리 떠나길 바랐을 거였다. 2023년까지 1218명이 존엄하게 떠났다. 뜨끈한 뭇국에 숟갈을 옆에 두고. 고갤 숙이고 마지막 한 끼 식사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무릎을 꿇고 술 한 잔을 따랐다. 채워진 술잔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세 바퀴 돌렸다.이제 조사(弔辭)를 읽을 차례. 사는 내내 불리었을, 성함을 한 명씩 마지막으로 부르며 천천히 읽었다.“잊을 수 없을 듯한 생생한 기억들을 배웅하며 진심으로 떠나보냅니다. 그런 당신을 그리워하며 기억하며… 이 세상 미련일랑 다 접어두고 잘 가시라,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으며 빌고 또 빌어봅니다.”추모가 끝난 뒤 고인의 관이 화장장에 들어갔다. 1시간20분 만에 한 줌 가루가 되어 나왔다. 뜨끈한 유골을 유택동산에 뿌린 뒤, 이름 석 자가 적힌 위패 종이에 불을 붙였다. 이젠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화르륵, 짧은 순간 이름이 사라지는 동안 깊이 애도하며 바랐다. 그게 어디든 부디 좋은 곳으로 향하였으면 좋겠다고, 짧은 삶 고생 많았다고.무연고자 장례는, 내게는 닥치지 않을 먼 이야기인가.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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